창세 신화의 첫 장은 항상 세상 모든 것이 한데 뒤섞여 있었다는 묘사로 시작합니다. 여기에 규칙을 부여하는 과정에서 우주 만물이 생기죠. 그런데 생각해 보면 장르의 탄생도 묘하게 비슷한 구석이 있어요. 어떤 패턴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면 그 경향성이 뚜렷해지고, 이 패턴을 마음에 들어하는 사람이 모이면 물결이 생깁니다. 물결의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여기에 장르라는 이름표를 붙이죠. 그런 의미에서 아귀(Agwi)와 수요(Suyo)의 [Moth]는 남미 음악과 R&B를 한국적 요소와 엮어서 기존과 다른 물결을 만들어보고 싶어하는 것 같아요.
[Moth]는 보사노바 위에 R&B 스타일 보컬을 입힌 곡들을 실험적으로 전개합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보사노바의 형태에서 벗어나되, 특유의 그루브를 유지하는 프로덕션이 눈에 띄는데요. 아귀가 빚어낸 유니크한 사운드 위로 수요의 감각적인 탑라인이 뛰놀며 멋진 바이브를 완성합니다. 여기에 ’정(情)’을 테마로 한 가사로 앨범을 엮어냈다고 하는데요. 추후 가사를 볼 수 있게되면 아귀와 수요가 엮어낸 남미와 한국의 조화를 더 세밀하게 읽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오늘따라 도전적인 음악이 끌리시나요?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을 멋지게 엮어 새로운 길을 보여준 아귀와 수요의 [Moth]를 감상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