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심야의 디스코그래피는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을 만들기 위한 과정에서 마주하는 내적 갈등의 기록입니다. 음악가로서 마주하는 숱한 관문 앞에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가사로 늘어놓은 거죠. 적어도 저는 그렇게 봅니다. AXAX Kuddy에서 김심야로 바뀐 뒤 발매한 앨범을 쭉 보죠. [KYOMI]때는 돈은 없어도 음악에는 자신 있었어요. XXX가 국내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주목 받은 것도 이 시기부터고요.

주목은 받았지만 주목과 돈은 별개라는 사실을 깨닫는 과정이 [Moonshine]에서 드러납니다. 마치 밀주(Moonshine)를 만들어 파는 사람들처럼 이런 음악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만 판매할 수 있는 현실을 뼈저리게 느꼈고요. 그래도 이때는 여전히 음악에 자신이 있었습니다.

이후 1년 뒤 [LANGUAGE]가 발매됩니다. 여기서부터 김심야의 냉소는 외부세계와 내면세계를 동시에 향하죠. 최고의 래퍼가 반드시 부자가 되는 건 아니었어요. 이후 [SECOND LANGUAGE]에서는 음악가를 사무직에 빗대서 노동자로 규정해버립니다. 노동이라는 것도 시장논리에 의해서 희소한 인적자원이 비싸지잖아요. 그러니까 다른 예술가들이 하기 싫어하는 음악이 돈이 되는거죠.

이후 XXX는 한대음과 KHA에 동시에 노미네이트 되고, 수상합니다. 이후 김심야 개인 작품인 [Dog]가 나오죠. 자기 성취를 인정하긴 합니다. 동시에 자신이 추구하는 최고의 예술적 가치가 돈으로 곧장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에 공허를 느끼죠.

[Dog]는 앱스트랙트 힙합을 중심으로 풋워크 등의 타 장르의 문법을 결합한 프로덕션이 인상적인 앨범이었습니다. 한국에서 MF둠이 재발굴 되기 시작한 것도 저 시기 근처였고요. 그리고 MF둠은 앱스트랙트 힙합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아티스트죠. 그런 상황에서 발매된 [Dog]는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김심야 솔로 앨범”정도로 기억에 남게 되었습니다.

김심야가 저 상황에서 무엇을 느꼈다고 제가 확언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Dog] 발매 이후 김심야는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통해 자주 피로감을 호소하곤 했죠. 2016년부터 2020년까지 1년에 정규 앨범은 한 장 씩은 꼭 작업해왔는데 이후로는 4트랙 분량의 EP [w18c]외에는 전부 싱글이었습니다. 25년에는 아예 음악활동이 없었죠. 그리고 지금, 김심야가 [Bundle 1.2]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Dog]에서 선보였던 앱스트랙트 힙합 사운드를 차용한 트랙 두개를 공개했는데요. 제목을 보면 [Dog]를 작업하며 함께 만들었다가 모종의 이유로 제외한 트랙으로 보입니다. 사람들이 그리워하던 김심야 특유의 끈적한 레이백과 새파랗게 날 선 냉소도 여전합니다. 혹시 곧 앨범을 하나 더 내려고 계획중인 걸까요? 만약 맞다면, 김심야는 어떤 앨범으로 우리 곁에 돌아오게 될까요? 그 때 김심야는 다음 앨범에서 마침내 같은 언어로 소통하는 사람을 만들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