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타오르는 불꽃에 비교하곤 하죠. 그리고 불꽃은 무엇을 태우는 지에 영향 받습니다. 가령 가스에 불을 붙이면 한순간에 타오르고 아무것도 남기지 않지만, 나무에 불이 붙으면 한참으로 타오르다가 새카만 숯을 남기죠.
우리는 사랑의 불꽃을 꺼뜨리지 않기 위해 많은 것을 집어넣습니다. 선물도, 시간도, 경험도 모두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 맹렬히 타오르죠. 불은 아무리 소중히 관리해도 꺼져버리는 수가 생기곤 해요. 그럴 때 우리는 망연히 새카만 탄화물을 바라보다가 이내 정리를 시작합니다.
어떤 것들은 쉽게 닦이지만, 어떤 것들은 아무리 긁어내도 지워지지가 않아요. 흙바닥에서 잿가루 전부를 없애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결국 우리는 흙바닥에 섞여버린 재와 함께 또 하루를 살아가야겠죠. 보통은 그걸 추억이라고 부르고요.
연인이 한 번이라도 있었던 사람이라면, 그들은 크고 작은 잿가루를 안고 살아갑니다. 그리고 베니게이트의 [Otsukare Summer]는 꽤나 느긋하게 타오른 불꽃의 잔상을 바라보는 것 같은 음악이예요.
여유롭게 타오르는 불꽃처럼 공간감 있는 사운드를 느긋하게 채워넣었는데요. 사위를 가득 메운 패드 신스를 때로는 끈적하게 운용하고, 때로는 외롭게 부유하는 감각을 전달해요. 이별 후에 느낄 수 있는 공허, 아픔, 슬픔 등이 엉망진창으로 섞여 전달되죠.
메시지 차원에서는 만남과 헤어짐, 타고 남은 흔적을 정리하는 모습을 담백하게 그려내며 여운을 남기는데요. 앞선 사운드와 엮이면서 이별 후에 함께한 시간들을 하나씩 갈무리하는 느낌이 들어 감정을 더욱 극대화합니다. 첫 작업물부터 이 정도의 울림을 가져오는 결과물이라니, 미래가 기대되는 신인이네요.

